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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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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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둥실 뜬 저 구름아, 비를 싣고서 어디로 가느냐."
순애도 가는 목소리로 화하여 불렀다. 형식도 이 노래를 들었다. 형식의 정신은 노랫소리로 더불어 공중에 솟아올랐다.
마치 정신에 날개가 돋아서 훨훨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듯하여 말할 수 없는 서늘한 듯도 하고 따뜻한 듯도 한 기쁨이
형식의 가슴에 가득 찼다. 김장로는 목사를 향하여,
"자, 이제는 내 방으로 가서 이야기나 합시다."
세 사람은 일어났다.
김장로의 서재는 양식으로 되었다. 그가 일찍 미국 공사로 갔다 와서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서양식 생활을 하려 한다.
방바닥에는 붉은 모란 무늬 있는 모전을 깔고 사벽에는 화액(畵額)에 넣은 그림을 걸었다. 그림은 대개 종교화다. 북편
벽으로 제일 큰 화액에는 겟세마네에는 기도하는 예수의 화상이 있고 두어 자 동쪽에는 그보다 조곰 작은 화액에 구유에
누인 예수를 그린 것이요, 서편 벽에는 자기의 반신상이 걸렸다. 다른 나라 신사 같으면, 종교화 밖에도 한두 장 세
계 명화를 걸었으련마는, 김장로는 아직 미술의 취미가 없고 또 가치도 모른다. 그는 그림이라 하면 종교에 관한 것이라
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기타에는 옛날 산수 풍경이며 지란매죽 같은 그림은 얼마큼 귀하에 여기되, 이러한 그림은
서양식으로 차려 놓은 방에는 부적당한 줄로 안다. 그러고 서양식 인물화라든지 그중에도 미인화, 나체화(裸體畵) 같은
것은 별로 보지도 못하였거니와 보려고도 아니하고 본다 하더라도 아무 가치를 인정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는 미술이라는
말도 잘 알지 못하거니와, 대체 그림 같은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한다. 더구나 조각(彫刻) 같은 것은 아마도 그
의 오십 년 생활에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 사람들이 종교와 같이 귀중히 여기는 예술(藝術)도 그
의 눈에는 거의 한푼 어치 가치도 아니 보일 것이다. 서양 사람의 생각으로 그를 비평할진대 '예술을 모르고 어떻게 문
명 인사(文明人士)가 되나' 하고 의심할 것이다. 실로 문명 인사치고 예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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