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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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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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김장로의 집에는 방방에 전등이 켜 있다. 마당에는 물을 뿌려 흙냄새와 화단에 꽃향기가 섞여 들어와 즐겁게 먹고
마시는 여러 사람의 신경을 흥분케 한다. 김장로는 여덟팔자 수염을 손수건으로 (문대고) 한목사는 두 팔로 몸을 버티고
뒤로 기대었으며, 형식도 숭늉을 한입 물어 소리 안 나게 양치를 한다. 세 사람은 맛나게 또 유쾌하게 저녁을 먹었다
.다른 방에서는 부인과 선형과 순애와 계집 하인이 이 역시 맛나게 유쾌하게 저녁을 바치고 말없이 서로 보고 웃는다. 선
형의 두 뺨에는 보는 사람의 신경인지 모르거니와 불그레한 빛이 도는 듯하다. 부인은 예쁜 자기 딸에게 황홀한 듯이 정
신없이 선형을 마주본다. 선형은 부인을 슬쩍 보고는 순애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얘 순애야, 가서 풍금이나 타자. 아까 배운 것 잊어버리지나 않었는지."
"응 아직 가서 풍금이나 타거라" 하고 부인이 먼저 일어선다. 선형과 순애는 풍금 놓인 방으로 간다.
선형은 등자에 올라앉으며 손으로 치맛자락을 모으고 풍금 뚜께를 열고 두어 번 건반(鍵盤)을 내려훑는다. 높은 소리로부
터 낮은 소리까지, 또는 낮은 소리로부터 높은 소리까지 맑은 소리가 황혼의 공기를 가볍게 떤다. 순애는 한 팔로 풍금
머리를 짚고 우두커니 서서 오르내리는 선형의 하얀 손을 본다. 선형은 커다란 보표(譜表)를 펴고 고개를 까딱까딱 하
며 한번 입으로 라라라라를 불러 보더니 첫번 누를 건(鍵)을 찾아 타기를 시작한다. 눈은 보표의 음부(音符)를 따르고
, 손은 하얀 건을 따른다. 보표의 빠르고 늦음을 따라 선형의 몸짓도 빨랐다 늦었다 한다. 방 안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가득 찼다. 그것이 방에서 넘쳐나서 황혼의 바람에 풍겨 마당을 건너 담을 넘어 마치 물결 모양으로 사방으로 퍼진다.
몇 사람이나 가만히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몇 사람이나 길을 가다가 걸음을 멈추는고.
선형의 손은 곡조를 따라 스스로 오르내리고 그 몸은 손을 따라 스스로 움직여진다. 마침내 맑은 노랫소리가 그의 부드러
운 입술을 뚫고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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