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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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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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여 일 동안이나 형식은 김장로의 집에서 미움받는 사람이 되었던 것을 안다. 그때에 형식도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연해 삼사 일간 일절 장로의 집에 가지를 아니하였다. 그러고 집에 꽉 들어박혀서 분노함과 부끄러움으로 혼자 괴
로워하였다. 하루는 형식이가, "오늘은 내가 먼저 약혼을 거절하고 말리다" 하고 옷을 입고 나가려 할 적에 선형이가
처음 찾아와서 은근하게,
"어디가 편치 아니하셔요?" 하고 그 뒤에는 순애가 과일 광주리를 들고 들어왔다. 아마 병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위문
을 온 모양이었다. 그러고 선형은,
"어저께 여행권이 나왔어요" 하고 기뻐하는 빛조차 보였다. 형식은 그만 모든 분노가 다 풀리고,
"아니올시다. 몸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때에 선형과 순애는 물끄러미 형식을 보았다. 선형도 무론 자기 집에 일어난 문제를 안다. 부모가 형식에게 대하여 좋
지 못한 감정을 가진 것도 안다. 자기도 기실 형식에게 대하여 좋은 감정을 아니 가졌다. 그러나 부모간에 형식을 미워
하는 빛이 보이고, 형식도 그 눈치를 아는지 삼사 일 동안이나 꿈적하지 않는 것을 보매, 형식에게 대하여 일종 동정이
생기고 정다운 듯한 생각이 났다. 그래서 순애를 데리고 형식을 찾아온 것이라. 그때에는 선형의 마음에는 형식이가 극
히 사랑스러웠다. 형식도 선형의 눈에서 그러한 빛을 보고 더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러나 이것은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뛰어들어 건져 주겠다는 생각이 나는 것과 같은 동정이라. 잠시 효력이 있으되 오
래는 가지 못하는 동정이라. 부부간의 사랑은 이래서는 아니 된다. 저 사람이 살아야 나도 산다. 저 사람이 행복되어야
나도 행복된다. 저 사람과 나와는 한몸이다...... 이러한 사랑이라야 한다. 선형의 형식에게 대한 사랑은 물에 빠
진 사람에게 대한 동정과 비슷한 것이었다. 형식은 이렇게 분명하게는 알지 못하여도 어떤 정도까지는 선형의 마음속을 짐
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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