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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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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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그 집에서 조반을 먹고 대문 밖에 나섰다. 노파와 어머니와 계향과 세 사람이 번갈아 형식을 권하므로 형식은 전
보다 더 많이 먹었다. 더구나 그 밥이며 국이며 전골이며 모든 것이 평생 객줏집 밥만 먹던 형식에게는 지극히 맛이 좋
았다. 그럴 뿐더러 형식은 아직도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권함을 받으며 밥상을 대하여 본 적이 없었다. 더구
나 계향과 같은 아름다운 처녀에게 "어서 더 잡수셔요" 하고 정성스럽게 권함을 받은 적은 없었다. 계향은 형식의 밥상
에 붙어서 손수 구운 조기를 뜯었다. 아까 성냥개비에 덴 손가락에 누렇게 탄 자리가 보인다. 계향은 형식의 숟가락을
빼앗아 제 손으로 대접에 밥을 말았다. 형식은, "그렇게 많이 못 먹는데" 하면서 그 밥을 다 먹었다. 계향은 형식이
가 밥을 다 먹는 것을 보고 기쁜 듯이 방그레 웃었다. 그 웃는 계향의 눈썹에는 아직도 눈물이 묻었더라. 세 사람은
실로 진정으로 형식을 권하였다. 형식을 자기네의 아들 모양으로, 또는 오라비 모양으로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한
술이라도 많이 먹도록 진정으로 권하였다. 그러고 형식도 그 권하는 사람들을 어머니와 같이 또는 누이와 같이 정답게 생
각하였다. "아무것도 잡수실 것이 없어서" 하는 인사도 항용 말하는 형식적 인사와 같이 들리지 아니하고 진정으로 맛나
는 반찬이 부족함을 한탄하는 말로 들었다. 형식은 대문을 나설 때에 말할 수 없는 기쁨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영채의
일로 근심하고 슬퍼하고 답답하여 하던 마음을 거의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쁨을 깨달았다. 아까 오던 안개비가 걷히고
안개 낀 듯한 (하늘에는 보기만 하여도 땀이) 흐를 듯한 햇볕이 가득히 찼다. 형식이가 서너 걸음 걸어나갈 때에 뒤에
서, "저와 같이 가셔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형식은 계향의 소리로구나 하면서 우뚝 서며 고개를 돌렸다. 계향은 형
식의 곁에 뛰어와 살짝 형식의 손을 잡으려다 말고 형식을 보면서, "저와 같이 가셔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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