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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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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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노파가 건넌방에서 담뱃대 떠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또 궐련을 피우면서 생각하였다. 그러면 어떡할까. 영채를
어떻게 할까.
은인의 따님인 것을 위하여 내 아내를 삼을까. 그러하는 것이 내 도리에 마땅할까. 형식의 눈앞에는 어젯저녁 바로 이
방에 앉았던 영채의 모양이 보인다. '아버지는 옥중에서 굶어 돌아가시고......' 할 때의 눈물 그렁그렁한 영채의
얼굴은 과연 어여뻤다. 그때에 형식은 영채를 대하여 황홀하였었다. 그러고 영채와 회당에서 혼인할 광경과 영채와 자기와
의 사이에 어여쁘고 튼튼한 아들과 딸이 많이 날 것도 상상하였었다. 형식은 지금, 어젯저녁에 영채가 앉았던 자리를 보
고 그때의 광경과 그때의 상상하던 바를 생각한다. 그러고 형식은 한참이나 황홀하였다.
'그러나!' 하고 형식은 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영채는 처녀가 아니다. 설혹 어저께까지는 처녀라 하더라도 오늘 저
녁에는 이미 처녀가 아니로다' 하고 청량사의 광경을 한번 다시 그렸다. 어젯저녁에는 행여나 영채가 어떠한 귀한 가정의
거둠이 되어 마치 선형이나 순애 모양으로 번뜻하게 여학교를 졸업하고 순결한 처녀로 있으려니 하였다. 만일에 기생이
되었더라도 자기를 위하여 정절을 지켰으려니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영채는 처녀가 아니로다 하고 형식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한참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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