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p · 무정
Sayfa 295 / 374
Yaza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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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에 선형은 '녜' 하고 대답은 하였다. 그러나 그 '녜'가 무슨 뜻일까. '형식을 사랑합니다' 하는 뜻일까.
또는 '부모께서 그렇게 하라 하시니 명령대로 합니다' 하는 뜻일까. 선형의 자기에게 대한 처지가, 병국의 그 아내에
게 대한 처지와 같음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며(생각하매) 형식은 문득 불쾌한 생각이 난다. 만일 선형이가 진실로 자
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라 하면, 이는 불쌍한 선형을 희생함이라
. 선형은 속절없이 사랑 없는 지아비 밑에서 괴로운 일생을 보낼 것이요, 또 형식 자기로 말해도 결코 행복되지 아니할
것이라. 남의 일생을 희생하여서까지 자기의 욕심을 채움이 인도에 어그러짐이 아닐까. 이에 형식은 선형의 뜻을 물어
보기로 결심하였다.
그 이튿날은 마침 순애가 두통이 나서 눕고 선형과 단둘이 마주앉을 기회를 얻었다. 영어를 다 가르치고 난 뒤에 형식은
있는 힘을 다하여,
"선형 씨, 한마디 물어 볼 말이 있습니다" 하고 형식은 고개를 숙였으나 선형은 고개를 들어 형식의 갈라진 머리를 보
고 의심나는 듯이 한참 생각하더니,
"무슨 말씀이야요?" 하고 살짝 얼굴을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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