Книга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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Автор: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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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나만큼 열성 있는 사람이 없고 인격과 학식과 재주도 나만한 사람이 없다. 조선 문명의 주춧돌은 내 손으로 놓는
다 하던 형식의 자부심은 다 없어지고 말았다. 없어진 것은 아니지마는 그것이 형식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선형의 사랑을 얻어야 한다. 이것이 형식의 유익한(유일한) 목적이라. 선형의 사랑을 못 얻을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형식의 유일한 슬픔이라. 미국 유학을 하는 것도 조선의 문명을 위한다는 것보다 선형 한 사람의 사랑을 위한다는 것이
마땅하게 되었다. 사랑의 앞에서는 모든 교만과 자부심이 다 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형식은 선형이 없이는 못 산다. 만일 선형이가 자기를 떼어 버린다 하면 자기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
다. 만일 선형이가 자기를 버린다 하면 자기는 칼로 선형과 자기를 죽일 것이라 한다. 다행히 선형은 부친의 명령을 거
역할 자가 아니요, 또 사랑이 없다고 자기를 버릴 자가 아니다. 그러나 도덕의 힘을 빌려 법률의 힘을 빌려서야 겨우
선형을 자기의 사랑에 복종케 한다 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니, 선형은 나를 사랑한다' 하고 억지로 확신하여
본다.
형식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아니하여 선형의 사랑을 시험하여 보리라 하는 생각이 난다. 우선 악수를 청하여 보고 다음에
키스를 청하여 보리라. 그래서 저편이 응하면 사랑 있는 표요, 응치 아니하면 사랑이 없는 표로 알리라 한다. 우선이
가 일찍 '사내답게, 기운 있게' 하던 말을 생각하여 오늘은 기어이 실행하여 보리라 하면서도 이내 실행치 못하였다.
근일에 장로 부처의 태도가 얼마큼 변하여진 듯하다. 선형의 태도는 여전하지마는 그 눈에는 무슨 근심이 있는 듯하다.
형식도 대개 그 눈치를 짐작하였으나 자기가 먼저 말을 내기도 어려워서 혼자 걱정만 하였다. 그러나 자기는 조곰도 잘못
한 일이 없으니까 언제나 여러 사람의 오해가 풀릴 날이 있으리라 하였다. 그래서 일간에는 영어만 가르치고는 곧 집에
돌아와서 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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