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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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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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영감이라고 아니 부르고, 나리라고 불러!" 하고 넓적한 앞니를 보이며 깔깔 웃는다.
"아씨 계시냐?" 우선의 말.
"아씨께서 오늘 아침 차로 평양을 내려가셨어요!"
우선은 놀랐다. 형식도 놀랐다. 더구나 우선은 아주 낙담한 듯이 고개를 흔들며,
"왜? 무슨 일로?"
"모르겠어요, 제가 압니까? 어젯저녁 열한점이 친 다음에야 들어오시더니만...... 한참이나 울음 소리가 나더니...
... 그 담에는 잠이 들어서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요...... 오늘 식전에 마님께서 구루마를 불러오라 하세요.
그래 아씨께서 어느 연회에를 가시는가...... 연회라면 퍽도 이르다...... 아마 노들 뱃놀이가 있는 게다 했지요
. 했더니 아홉점 반 차로 아씨께서 평양엘 가신다구요" 하고 어멈은 아주 유창하게 말한다. 형식은 '숫보기는 아니로다
' 하고 놀라면서도 그 어멈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어멈의 얼굴에는 의심하는 빛이 있다. 형식은 '평양! 평양은 무
엇 하러 갔는가' 하였다. 방에서 어린애가 울어 방으로 들어가려는 어멈에게 우선이가 말소리를 낮추어,
"아침에 누구 오든 않았던가?"
"아무도 아니 왔어요. 저" 하고 두어 집 건넛집을 가리키며, "저 댁 아씨가 목욕 같이 가자고 오셨더군요" 하고 방
으로 들어가 "울지 마라!" 하고 어린애의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난다. 형식은 저렇게 우리를 대하여서는 얌전하게 말
하던 사람이 방에 들어가 어린애를 대하여서는 저렇게 함부로 한다 하였다. 우선은 단장으로 땅바닥에 무슨 글자를 쓰더니
형식더러,
"아무려나 들어가 보세그려. 노파에게 물어 보면 알 터이지" 하고 대팻밥 모자를 벗어 들고 앞서서 들어간다. 그러나
우선의 말소리에는 아까 쾌활하던 빛이 없다. 형식도 뒤를 따랐다. 형식은 어젯저녁 이 마당에 서서 그 노파에게 멸시당
하던 일을 생각하였다. 그러고 빙긋 웃었다. 형식은 이만큼 오늘은 냉정(冷靜)하더라. 도리어 우선이가 지금은 형식보다
더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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