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azka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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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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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저 노파는 '참사람'이라는 것을 볼 기회가 없었고, 또 보려 하는 생각도 없었고, 따라서 '참사람' 되려는
생각을 하여 본 적도 없었다. 자기는 자기가 '참사람'이어니 하였다. 그러므로 칠 년 동안이나 아침저녁 '참사람'인
영채를 보면서도, 다만 월향이라는 살과 뼈로 생긴 기생을 보았을 뿐이요, 그 속에 있는 영채라는 '참사람'을 보지 못
하였었다. 그러므로 영채가 정절을 지키려 할 때에 노파는 도리어 영채를 미련하다 하고 철이 없다 하고 고집불통이라 하
였다. 노파가 보기에 기생이란 마땅히 아무러한 남자에게나 몸을 허하는 것이 선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 선을 깨트리고
정절을 지키려 하는 영채는 노파의 보기에 악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형식은 다시 노파의 얼굴을 보았다. 이때에는 노
파에게 대한 밉고 더러운 생각이 스러지고 도리어 불쌍한 생각이 난다. 형식은 생각하였다. 자기도 그 노파와 같은 경우
에 있었더면 그 노파와 같이 되었을지요, 그 노파도 자기와 같이 십오륙 년간 교육을 받았으면 자기와 같이 되리라 하였
다. 그러고 차 실내에 곤하게 잠든 여러 사람을 보았다. 그 중에는 노동자도 있고, 신사도 있고, 욕심꾸러기 같은 사
람도 있고, 흉악한 듯한 사람도 있다. 또 그 중에는 조선 사람도 있고 내지 사람도 지나 사람도 있다. 그들이 만일
깨어 앉아 서로 마주본다 하면 혹 남을 멸시할 자도 있을지요, 혹 남을 부러워할 자도 있을지요, 혹 저놈은 악한 놈이
요, 저놈은 무식한 놈이요, 저놈은 무례한 놈이라 하기도 할지나, 만일 그네를 어려서부터 같은 경우에 두어 같은(교육
과 같은) 감화와 같은 행복을 누리게 하면, 혹 선천적 유전의 차이는 있다 할지라도 대개는 비슷비슷한 선량한 사람이
되리라 하였다. 그러고 또 한번 자는 노파의 얼굴을 보았다. 이때에는 노파가 정다운 듯한 생각이 난다. 저도 역시 사
람이리라. 나와 같은, 영채와 같은 사람이로다 하였다. 그러고 엊그제 김장로의 집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화상을
보고 상상하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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