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azka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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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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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은 그로부터 선생을 위하여 살았나이다. 행여나 부평같이 사방으로 표류하는 동안에 그리고 그리는 선생을 만날 수나
있을까 하고 그것을 바라고 이슬 같은 목숨이 오늘까지 이어 왔나이다. 이 몸은 옛날 성인과 선친의 가르침을 지키어
선친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이 몸을 허하신 바 선생을 위하여 구태여 이 몸의 정절을 지키어 왔나이다. 이 몸이 이 몸
의 정절을 위하여 몸에 지니던 것을 여기 동봉하였나이다.
그러나 이 몸은 이미 더러웠나이다. 아아, 선생이시여, 이 몸은 이미 더러웠나이다. 약하고 외로운 몸이 애써 지켜 오
던 정절은 작야에 물거품〔水泡〕에 돌아가〔歸〕고 말았나이다.
이제는 이 몸은 천지가 허하지 못하고 신명이 허하지 못할 극흉 극악한 죄인이로소이다. 이 몸이 자식이 되어는 어버이를
해하고 자매가 되어는 형제도 해하고 아내가 되어는 정절을 깨트린 대죄인이로소이다.
선생이시여! 이 몸은 가나이다. 십구 년의 짧은 인생을 슬픈 눈물과 더러운 죄로 지내다가 이 몸은 가나이다. 그러나
차마 이 더럽고 죄 많은 몸을 하루라도 세상에 두기 하늘이 두렵고 금수와 초목이 부끄러워, 원(怨)도 많고 한(恨)도
많은 대동강의 푸른 물결에 더러운 이 몸을 던져 탕탕한 물결로 하여금 더러운 이 몸을 씻게 하고, 무정한 어별로 하
여금 죄 많은 이 살을 뜯게 하려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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