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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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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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은 지금까지 가슴속에 오던 의심――즉 형식은 계월향이라는 기생에게 미쳤더라는 의심은 풀렸으나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새로운 괴로움이 가슴을 내려누름을 깨달았다. 자기 몸도 무슨 죄에 빠진 것 같고 자기의 앞에는 알 수 없는 어려
운 일과 괴로운 일이 가로막힌 것 같다.
이때에 우선이가 엄숙한 얼굴을 가지고 돌아보며 일본말로,
"다시카다요(확실해)" 하고 형식의 곁에 앉으며, "참 희한한 일일세."
"그래, 가서 말해 보았나?"
"아니, 문에서 앉은 것이 보이데. 아까 여기 왔던 이하고 무슨 말을 하는데......" 하다가 선형이 곁에 앉은 것
을 보고 말 아니 하는 것이 좋으리라 하는 듯이 말을 뚝 그쳤다가, "아무려나 잘되었네. 지금 그 여학생과 같이 동경
으로 가는 모양이니까, 아마 공부하러 가는 게지."
형식은 걸상에 몸을 기대고 하염없이 눈을 감는다.
*영채는 선형의 돌아간 뒤에,
"언니, 웬일인지 나는 가슴이 몹시 설렙니다."
"왜, 이형식 씨란 말을 듣고?"
"응, 여태껏 잊고 있는 줄 알았더니 역시 잊은 것이 아니야요. 가슴속에 깊이깊이 숨어 있던 모양이야요. 그러다가 이
형식 군 만세라는 소리에 갑자기 터져나온 것 같습니다. 아이구, 마음이 진정치 아니해서 못 견디겠소."
"아니 그렇겠니. 어쨌든 칠팔 년 동안이나 밤낮 생각하던 사람을 그렇게 어떻게 쉽게 잊겠니? 이제 얼마 지나면 잊을
테지마는......."
"잊어야 할까요?"
"그럼 어찌하고?"
"안 잊으면 아니 될까요?"
병욱은 물끄러미 영채를 보더니 영채의 곁에 가 앉아서 한 팔로 영채의 허리를 안으며,
"형식 씨가 벌써 혼인을 하였다. 지금 동부인하고 미국 가는 길이란다."
"에? 혼인?" 하고 영채는 병욱의 팔을 잡는다. 병욱은 위로하는 소리로,
"아까 여기 왔던 선형이라는 이가 그의 부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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