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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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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미치게 사랑하던 계월향이가 형식을 위하여 정절을 지켜 오는 박영채인 줄을 알 때에 우선은 미상불 창자를 끊는 
듯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우정을 중히 여기고 협기 있기로 자임하는 우선은 힘껏 자기의 정을 누르고 형식과 영채를
 위하여 힘을 다하여 주기로 하였다. 만일 영채가 형식의 아내가 되면 자기는 친구의 부인으로 일생을 접할지니, 그것만
 하여도 자기에게는 행복이리라 하였다. 그러다가 영채가 그 슬픈 유서를 써두고 평양으로 내려감을 볼 때에 우선은 깊은
 슬픔과 실망을 깨달았다. 비록 아녀자에게 마음을 아니 움직이기로 이상을 삼는 우선도 그 후부터 지금까지 일시도 영채
를 잊어 본 일이 없었다. 우선의 일기를 뒤져 보면 취침 전에 반드시 영채를 생각하는 단율 한 수씩을 지은 것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것이다.
그러다가 죽은 줄 알았던 영채가 살아서 같은 열차에 타고 있는 줄을 알고 보니, 우선의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도 자연한
 일이라. 게다가 형식이가 아름다운 선형으로 더불어 아름다운 약속을 맺어 가지고 아름다운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을 보매
, 더욱 부러운 생각이 난다. 우선은 벌써 아들을 형제가 넘어 낳고 삼십이 다된 자기의 아내가 행주치마를 두르고 어린
애의 기저귀를 빠는 모양을 생각해 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밥 짓고, 옷 짓고, 아이 낳을 줄밖에 모른다. 자기
는 그(와) 혼인한 지 십여 년간에 일찍 한자리에 앉아서 정답게 이야기를 하여 본 일도 없고 무론 자기의 뜻을 말하여
 본 적도 없다. 잘 때에만 내외는 한자리에 있었다. 마치 아내는 자기를 위하여서만 있는 것 같았다. 홀아비가 육욕을
 참지 못하여 갈봇집에 가는 셈치고 아내의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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