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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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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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네를 열댓 번 왔다갔다하기만큼 멀어요. 그런데 크다란 쇠로 만든 배를 타고 쿵쿵쿵쿵 하면서 가요" 하는 우
선의 말에 노파는,
"화륜선 타고 갑니다그려. 몇 달이나 가나요?" 하고 담배를 빨기도 잊었다.
"한 서른아믄 달 가지요" 하고 우선이가 고개를 돌리고 입을 쭈물거리고 웃는다.
"에그머니!" 하는 것을, 형식이가,
"그것은 거짓말이야요. 한 보름이면 가요" 한다. 노파는 원망하는 듯이 슬쩍 우선을 쳐다보더니,
"무엇 하러 그렇게 먼 데를 가요. 또 부인은 어떻게 하시고...... 에그머니!" 하고 노파는 몸을 떤다. 우선이가
,"부인도 같이 가지요. 이제 이선생이 부인과 함께 양국으로 가는데, 노파는 안 가보시려요? 쿵쿵쿵쿵 하는 쇠배를 타고
저 하늘 붙은 양국으로 가보지요."
노파는 그런 소리는 들은 체도 아니 하고,
"그러면 언제나 돌아오시나요?"
"모르겠습니다. 한 사오 년 있다가 오지요. 오면 곧 찾아오지요" 하고 형식도 웃는다. 노파는 한숨을 쉬며,
"내가 사오 년을 사나요" 하고 눈에 눈물이 고인다. 두 사람은 웃음을 그치고 노파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제는 영채의 말을 좀 하자. 영채는 과연 대동강의 푸른 물결을 헤치고 용궁의 객이 되었는가. 독자 여러분 중에는 아
마 영채의 죽은 것을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신 이도 있을지요. 고래로 무슨 이야기책에나 (나오듯) 늦도록 일점 혈육이
없던 사람이 아들 아니 낳은 자 없고, 아들을 낳으면 귀남자 아니 되는 법 없고, 물에 빠지면 살아나지 않는 법 없는
모양으로, 영채도 아마 대동강에 빠지려 할 때에 어떤 귀인에게 건짐이 되어 어느 암자에 승이 되어 있다가 장차 형식
과 서로 만나 즐겁게 백년가약을 맺어, 수부귀다남자 하려니 하고, 소설 짓는 사람의 좀된 솜씨를 넘겨 보고 혼자 웃으
신 이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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