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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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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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방도 아주 까닭이 없음은 아니라. 형식은 항상 학생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자유를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학교 당국도 될 수 있는 대로는 학생의 의사를 존중하기를 주장한다. 더구나 처음 형식이가 이 학교에 교사로 왔을 때
에는 교장과 학감이 극히 전제를 숭상하는 인물이 되어서 학생들은 선생에게 대하여 감히 한마디도 자기네의 의사를 표하지
못하였고, 혹 다만 한마디라도 학교의 명령이나 교사의 말에 대하여 비평을 한다든가 반대를 하는 자가 있으면 학생 일
동의 앞에서 엄혹하게 책망을 한 후에 혹은 정학도 시키고 심하면 출학까지도 하였었다. 그래서 자유사상을 품은 형식은
여러 번 의견도 충돌하였었다. 형식은 학생들 앞에서,
'학도에 대하여 불만한 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옳소. 정당한 일을 학교가 부정당하게 여길 때에는 반항을 하
여도 옳소.' 이러한 위험한 말도 할 때가 있다. 그러므로 배학감이, 이번 학생의 소동도 형식의 충동이라 함이 아주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
또 형식은 삼사년급 학생들에게 은연중 문학을 장려하였다. 그래서 학생 중에는 혹 소설도 보며, 철학에 관한 서적도 보
며, 잡지도 보는 자가 생기고, 그 중에는 가장 문학자인 체, 사상가인 체, 철인(哲人)인 체하여 무슨 큰 생각이나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학생도 몇 사람이 생기고, 또 그러한 학생들도 다른 교사들을 아주 정신생활(精神生活)이라
는 것을 알지 못하는 아주 유치한 사람들이라고 비웃기도 한다. 형식의 보기에 이는 학생들의 진보함이라 기쁜 일이언마는
다른 교사들 보기에 이는 학생들이 타락함이요 주제넘게 됨이었다. 교사들뿐 아니라 학생 중에도 이희경 일파가 글자 작
은 어려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것과 그달에 발행한 잡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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