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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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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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는 혼자 앉아서 생각한다. 첫째, 형식이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만세를 부르는 것을 보건대, 어디
멀리로 가는 것인 듯하다. 나는 그가 이 차에 탄 줄을 알건마는 그는 내가 여기 있는 줄을 모르렷다. 그러고 또 한번
칠팔 년 지나온 생각이 활동사진 모양으로 한번 쑥 나온다. 팔자 좋은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적되, 슬픈 과거
를 가진 사람에게는 조고마한 기회만 있으면 그 슬픈 과거가 회상이 되는 것이라. 영채는 지금까지에 몇십 번 몇백 번이
나 이 슬픈 과거를 회상하였으리요. 하도 여러 번 회상을 하므로 이제는 그 과거가 마치 일편의 소설과 같이 순서와 맥
락(脈絡)이 정연하게 되어 어느 끝이나 한끝을 당기면 전체가 실 풀리는 듯이 술술 풀려 나오게 되었다. 칠팔 년간을
하루같이 일념에 형식을 그리고 사모하다가 마침내 형식을 위하여 목숨까지 버리려 한 것을 생각하매 형식의 생각이 더욱
새로워지고 정다워진다. 영채는 속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 하였다. 그렇게 생각할수록에 보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
하여진다. 죽은 줄 알았던 나를 보면, 형식도 응당 반가워하렷다. 만나서 속에 품었던 말이나 실컷 하여도 속이 시원하
여질 것 같다. 내가 왜 그때에 형식을 찾아가서 '나는 지금토록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소' 하고 분명하게 말을 하지 못
하였던고. '나를 사랑해 줄 터이요, 아니 할 테요' 하고 저편의 뜻을 아니 물어 보았던고. 이제 만나면 서슴지 않고
물어 보리라.
영채는 당장이라도 형식의 탄 차실에 뛰어 건너가고 싶다. 영채의 가슴에는 정히 불길이 일어난다. 그러나 '언니께 의논
해 보고' 하고 꿀꺽 참는다.
이때에 차가 수원역에 다다랐다. 바깥은 캄캄하게 어두웠다.
병욱이 선형을 데리고 돌아와서 자기의 곁에 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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