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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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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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칠성문 밖 죄인의 무덤 있는 데와 기자묘 저편 북망산과 모란봉을 넘어 청류벽으로 걸어갈 것을 생각하면서,
"나를 따라오려면 다리가 아플걸요" 하고 계향의 눈을 내려다보며 '같이 갔으면 좋겠다' 하면서도 계향을 만류하였다.
그러나 계향은 몸을 한번 틀면서,
"아니야요. 다리 아니 아파요" 하고 기어이 따라갈 뜻을 보인다.
"또 날이 더운데" 하며 형식은 계향을 뒤세우고 종로를 향하여 나온다. 길가 초가 지붕에서는 가만가만히 김이 오른다.
벌써 사람들은 부채로 볕을 가리우고 다닌다. 손님도 없는 빙수 가게에 아롱아롱한 주렴이 무거운 듯이 가만히 있다.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소리가 나려니 하고 형식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계향은 길가 가게를 갸웃갸웃 엿보면서 한 손으
로 치맛자락을 걷어들고 형식의 뒤로 따라온다. 형식의 누렇게 된 맥고자를 보고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어떠
한 사람인가 생각한다. 그러고 자기가 날마다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 사람들과 형식과를 속으로 비교하여 본다
. 그러나 계향은 아직도 자기가 만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 줄을 알 줄을 모른다. 다만 이 사람은 옷을 잘 못 입은
것을 보니 가난한 사람인가 보다 한다. 그러고 형식의 구겨진 두루마기를 본다. 계향은 '어젯밤 차에서 구겨졌고나.
왜 벗어서 걸지를 아니하였던고' 한다. 그러고 형식의 발을 본다. '새 구두로구나' 한다. 아까 담뱃불 붙여 주던 생
각을 하고 그 데인 손가락을 보면서 '아직도 아픈 듯하다' 한다. 그러고 형식이가 불붙은 성냥을 보고 '이리 주시오'
하던 것을 생각하고 자기더러 '하시오'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한다. 소가 끄는 구루마를 피하여 섰다가 얼른 형식의
뒤를 따라가서 형식의 손을 잡는다. 형식은 잠깐 고개를 돌려 계향을 보고 웃으면서 계향의 잡은 손은 활개를 아니 친
다. 두 사람은 팔각 국숫집 모퉁이를 돌아 비스듬한 고개로 올라간다. 계향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솟는다. 형식은 그것을
보고 잠깐 걸음을 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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