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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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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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영채는 지금까지 처녀였을까 하였다. 칠팔 년을 기생으로 지내면서 처녀로 있을 수가 있을까 하였다. 또 매음하지
아니하고 기생 노릇을 할 수가 있을까 하였다. 한두 번은 모르되, 열 번 스무 번 남자가 육욕과 돈으로 후릴 때에 영
채라는 계집아이가 족히 정절을 지켰을까 하였다. 설혹 혈통이 좋고 어려서 내칙과 열녀전을 배웠다 하더라고 그것을 가지
고 능히 칠팔 년간 수십 번, 수백 번의 힘센 유혹을 이길 수가 있을까 하였다. 형식은 자기가 지금까지 읽어 오던 소
설의 계집 주인공과 신문이나 말로 들어 온 계집의 일을 생각하여 보았다. 옛날 지나의 소설이나 우리나라 이야기책을 보
건대 과연 송죽 같은 절개를 지켜 온 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 중에 있는 일이다. 현실에 그러한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하였다. 옛날 소설에는 몸이 기생이 되어서도 팔에 앵혈이 지지 아니했다는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그러한 사람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십팔구 세나 된 여자가 매양 청구하여 오는 남자를 거절할 수가 있을까. 설혹 영채
가 정절이 세상에 뛰어나 능히 모든 유혹을 다 이긴다 하더라도 그 동안에 김현수와 같은 사람이 없었을까. 김현수와 같
은 사람은 서울에만 있을 것이 아니요, 또 서울에도 한 사람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청량사에서 당하던 일과 같
은 일을 여러 번 당하지 아니하였을까. 그렇다! 영채는 도저히 처녀 될 리가 만무하다 하고, 형식은 벌떡 일어나 방
안으로 왔다갔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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