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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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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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형식은 다시 눈을 떠서 선형을 보매 선형은 잠이 들었는지 입을 반쯤 열고 가슴이 들먹들먹한다. 형식은 참지 못
하여 무릎 위에 힘없이 놓인 선형의 손에 입을 대었다. 형식의 생각에 선형은 자기의 아내라기보다 같이 손을 끌고 길을
찾아가는 부모 잃은 누이라는 생각이 난다.
옳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배우러 간다. 네나 내나 다 어린애이므로 멀리멀리 문명한 나라로 배우러 간다. 형식은 저편
차에 있는 영채와 병욱을 생각한다. '불쌍한 처녀들!'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세 처녀가 다 같이 사랑스러워지고 정다워진다. 형식의 상상은 더욱 날개를 펴서 이희경 일파를 생각하고
, 경성학교 학생 전체를 생각하고, 또 서울 장안 길에서 보던 누군지 얼굴도 모르고 성명도 모르는 남녀 학생들과 무수
한 어린아이들을 생각한다. (그네들이 모두 다 자기와 같이 장차 나갈 길을 부르짖어 구하는 듯하며,) 그네들이 다 자
기의 형이요 동생이요 누이들인 것같이 정답게 생각된다. 형식은 마음속으로 커다란 팔을 벌려 그 어린 동생들을 한 팔에
안아 본다.
형식의 생각에 자기와 선형과, 또 병욱과 영채와 그 밖에 누군지 모르나 잘 배우려 하는 사람 몇십 명 몇백 명이 조선
에 돌아오면 조선은 하루이틀 동안에 갑자기 새 조선이 될 듯이 생각한다. 그러고 아까 슬픔을 잊어버리고 혼자 빙그레
웃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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