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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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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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올시다. 제가 방학에 집으로 오는 길에 차 속에서 만났어요."
형식은 눈이 둥그래지며 영채를 한번 보고 다시 병욱을 향하여,
"그러면 영채 씨가 평양 가시는 길에?"
"녜" 하고 만다. 형식은 더 알고 싶었다. 영채가 어찌하여 죽을 결심을 풀었으며, 어찌하여 동경으로 가게 된 것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래 어떻게 되었어요?"
병욱은 고개를 기울여서 영채의 돌아앉은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그래서 죽기는 왜 죽는단 말이냐. 즐거운 인생을 하루라도 오래 살지 못하여 걱정인데 왜 구태 지레 죽으려느냐고 그랬
지요. 그러고 지금까지는 네가 천하 사람의 조롱을 받고, 학대를 받고......" 하고는 주저하는 듯이 형식을 바라보
다가 또 웃으면서, "또 일생에 생각하고 사모하던 사람에도 버림을 받았지마는......" 이 말이 끝나기 전에 형식의
가슴은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다. 병욱은 형식의 낯빛이 변하여짐을 보고 말을 끊었다가,
"그렇게 지금토록 네 일생은 눈물과 원망의 일생이지마는 이제부터 네 앞에는 넓고 즐거운 장래가 있지 아니하냐 하고 억
지로 차에서 끌어내렸지요."
"참 감사합니다. 아씨 덕에 나도 죄가 얼마큼 가벼워진 듯합니다. 저는 꼭 영채 씨께서 돌아가신 줄만 알았어요――이때
에 병욱과 영채는 속으로 흥 한다―― 그래 즉시 평양경찰서에 전보를 놓고 다음 번 차로 평양으로 내려갔지요――여기 와
서 형식은 자기의 변명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 기쁘다 하는 생각이 난다―― 했더니, 경찰서에서 하는 말이 정거장에 나
가서 수탐을 하여 보았지마는 알 수 없다고 하지요. 그래서 알 만한 집에도 가 물어 보고, 또 박선생 묘소에도....
.." 하다가, 중간에 돌아온 생각을 하매 문득 말을 그치고 고개를 숙인다. 그때에 북망산까지 가보고 대동강가로 다만
한두 시간이라도 시체를 찾아보았더면 좋을 뻔하였다 하는 생각이 난다. 병욱은 한참 듣더니,
"녜, 아마 그리하셨겠지요. 그러면 시체를 찾으시느라고 꽤 애를 쓰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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