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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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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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는 꼭 죽었어야 할 것이다. 살아 있더라도 자기가 몰랐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선형과 약혼이 되기 전에
만났어야 할 것이다. 약혼이 성립되고 미국을 향하고 떠나는 길에 만나게 한 것은 진실로 조물의 장난이다. 형식은 결코
영채를 버리려 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오랫동안 영채를 잊지 아니하였으며, 겸하여 다시 영채를 만날 때에는 영채에게
대한 애정이 유연히 솟아나서 속으로 영채와 혼인할 일과 혼인한 후에 즐거운 생활을 할 것과 아름다운 자녀를 낳아 이
상적으로 기를 것까지 생각하였고, 또 영채가 기생인 줄을 안 뒤에는 돈 천 원을 얻지 못하여 종일 번민한 일도 있었다
. 만일 영채가 평양에만 가지 아니하였던들, 죽으러 가노라는 유언만 없었던들 자기는 마땅히 영채와 일생을 같이하게 되
었을 것이다. 그리하면 은사(恩師)에게 대한 의리도 다하고 칠팔 년간 자기를 위하여 정절을 지켜 온 영채에게 대한 의
리도 다하였을 것이다.
형식은 또 영채와 선형을 비교하여 보았다. 선형은 형식이가 일생의 처음 접한 젊은 여자요, 또 선형의 자태는 누가 보
아도 황홀할 만하므로 형식에게 극히 깊고 강한 인상(印象)을 주었다. 그래서 처음 젊은 여자를 접하여 보는 젊은 남자
가 흔히 그러한 모양으로 형식은 선형을 세상에 다시 없는 여자로 여겼다. 다만 그 외모가 아름다울 뿐더러 그 정신까지
도 외모와 같이 아름다우리라 하였다. 형식은 선형을 대하여 본 첫날에 선형에게 여자에 관한 모든 아름다운 덕을 붙였다
. 선형은 형식의 눈에는 더할 수 없이 완전하고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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