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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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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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좀 굳센 사람이 되게. 그게 무엇이람. 계집애도 아니요...... 딴소리 말고 오늘 저녁 김장로 집에 가
게. 가면 또 혼인말이 날 터이니까, 아까 모양으로 못난이 부리지 말고 허락하게. 그러고 미국 가게. 나도 경성학교
말을 들었네. 아마 자네는 사직을 아니하더라도 쫓겨나겠나 보데."
"쫓겨나? 왜?"
"자네가 기생을 따라서 평양 갔다고. 청량리 원수 갚는 게지. 하니까, 약혼하고 미국 가게."
"그러면 영채는 어떻게 하고?"
"죽은 영채를 어쩐단 말인가. 자네도 따라 죽을 터인가, 열녀가 아니라 열남이 될 양으로. 그런 미련한 소리 말고 어
서 꼭 내 말대로만 하게."
우선의 말을 들으매 형식도 얼마큼 안심이 된다. 자기도 그만한 생각을 못 함이 아니지마는 자기 생각만으로는 안심이 아
니 되다가 우선의 활발한 말을 듣고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 형식은 우선의 말대로 하리라 하였다. 제 생각대로 한다는
것보다 우선의 말대로 한다는 것이 더 마음에 흡족한 듯하였다. 형식은 빙그레 웃으며,
"글쎄" 하였다. 노파도 공연히 기뻐한다.
"점심을 차릴까요. 신주사도 한술 잡수시고."
"또 장찌개 주실랍잉아" 하고 우선이가 형식의 조끼에서 제 것같이 궐련을 뽑아 손바닥에 턱턱 긁을 박는다.
"그만둡시오. 웬 장찌개."
"가서 냉면이나 시켜 오오" 하고 형식이가 일어난다.
"요, 한턱하시려네그려. 한턱하려거든 맥주나 사주게."
"돈이 있나."
"부잣집 사위가 무슨 걱정이야."
"부잣집 사위는 이따 되더라도."
"그 오 원 안 있나."
"평양 가야지."
"또 평양을 가?"
"가서 시체나 찾아야지."
"벌써 황해바다에 떠나갔어! 자네 같은 무정한 사람 기다리고 아직까지 청류벽 밑에 있을 듯싶은가. 자 청요릿집에나 가
세."
"벌써 황해바다에 갔을까!" 하고 형식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정 태양이 바로 서울 한복판에 떠서 다 데어 죽어라 하
는 듯이 그 불 같은 볕을 담아 붓는다. 형식은 새삼스럽게 더운 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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