पुस्तक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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लेखक: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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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더 갈 승객들은 세수도 아니한 얼굴에 맨머릿바람으로 우두커니 나와 서서 아는 사람이나 찾는 듯이 입구(入口)를
바라보고 섰다. 개찰인(改札人)은 부인(빈) 가위를 떼걱떼걱 하고 섰다. 형식과 노파는 출구(出口)를 나섰다. 지켜
섰던 순사가 흘긋 두 사람의 뒤를 본다. 형식과 노파는 인력거에 올랐다. 두 인력거는 여러 인력거와 앞서거니 뒤서거
니 뾰족비를 지나서 아직 전등이 반작반작하는 평양 시가로 들어간다. 안개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온다.
형식은 인력거 위에서 자기가 첫 번째 평양에 오던 생각을 하였다. 머리는 아직 깎지 아니하여 부모상으로 흰 댕기를 드
리고, 감발을 하고, 어느 봄날 아침에 칠성문으로 들어왔다. 칠성문 안에서 평양 시가를 내려다보고 '크기는 크구나'
하였다. 그때에 형식은 열한 살이라. 그러나 평양이란 이름과 평양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요, 평양이 어떠한 도회인
지, 평양에 모란봉 청류벽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형식은 그때에 사서와 사략과 소학을 읽었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학교라는 것도 없었으므로 조선 지리나 조선 역사를 읽어 본 적이 없었다. 형식은 생각하였다. '문명한 나라 아이들 같
으면 평양의 역사와 명소와 인구와 산물도 알았으리라.' 그때에 형식은 대동문 거리에서 처음 일본 상점을 보았다. 그러
고 그 유리창이 큰 것과 그 사람들의 옷이 이상한 것을 보고 재미있다 하였다. 형식은 갑진년에 들어오던 일본 병정을
보고 일본 사람들은 다 저렇게 검은 옷을 입고, 빨간 줄 두른 모자를 쓰고 칼을 찼거니 하였었다. 그래서 대동문 거리
로 오르내리며 기웃기웃 일본 상점을 보았다. 어떤 상점에는 성냥과 석유 상자가 놓였다. 형식은 아직도 그렇게 많은 성
냥을 보지 못하였었다. 그래서 '옳지, 성냥은 다 여기서 만드는구나' 하고 고개를 까닥까닥하였다. 또 일본 사람들이
마주앉아서 이야기하고 웃는 것을 보고 '어떻게 서로 말을 알아듣는가' 하고 이상히 여겼다. 형식의 귀에는 모든 말이
다 같은 소리와 같이 들렸음이라. 더욱 형식의 눈에 재미있게 보이는 것은 일본 부인의 머리와 등에 매어달린 허리띠코였
다. 형식은 저기다가 무엇을 넣고 다니는고 하였다. 이 의문은 오래도록 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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