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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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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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엇 하러 세상에 났으며, 세상에 나서 무슨 일을 하였고, 무슨 낙을 보았는고. 그렇지마는 그 노파는 아직도 살
아간다. 병이 나면 약을 먹고, 겨울이 되면 솜옷을 입어 가면서 아직도 죽을 생각은 아니하는 것 같다. 내일이나 내년
에 무슨 새로운 낙이 오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지마는 그는 밤이 새고 아침이 되면, 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밥을 짓고 빨
래를 한다. 일찍 형식이가 노파의 빨래하다가 허리를 툭툭 치며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담배 먹는 재미로 살으십니다그려" 한 적이 있다. 그때에 노파는 빙끗 웃었다. 형식은 그 웃음의 뜻을 모른다. '그
렇소' 하는 뜻인지 '아니오' 하는 뜻인지 몰랐다. 이 뜻을 아는 사람은 없다. 노파 자기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
든지 노파의 살아가는 목적은 담배 먹기 위함이다. 그 담배 연기 속에 노파의 모든 행복과 사업이 있다. 노파는 하루
스물네 시간에 거의 절반은 담배 연기를 바라보고 살아간다. 눈도 끔벅 하지 아니하고 독한 담배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
고 앉았는 것이 노파의 생활의 중심이다. 노파에게서 만일 담배를 빼앗으면 이는 생명을 빼앗음이나 다름없다. 평생 아랫
목에 우두커니 섰는, 댓진 배고 헝겊으로 세 군데나 감은 담뱃대가 즉 노파의 생명이다. 노파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아
니 나오게 되면 이는 노파의 몸에 피가 아니 돌아가게 된 표다. 노파 자기는 이렇게 생각하는지 아니하는지 모르지마는
곁에서 보기에는 암만해도 그렇게밖에 더 생각할 수가 없다. 담배 먹기밖에 노파에게 모슨 인생의 목적이 있는 것 같지
아니하다. 형식이가 정신없이 들어올 때에 노파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모른다. 아마 아무 생각도 없이 다만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 담배 연기만 쳐다보았을 것 같다. 만일 무슨 생각이 있었다 하면 그는 아마 희미한 안개 속으로 보는 듯한
젊었을 적 기억일 것이다. 어떤 대감 집에서 세력을 잡던 기억, 젊고 고운 문객의 품에 안기었던 기억, 그렇지 아니
하면 토실토실한 아기의 손에 자기의 부드럽고 살진 젖꼭지를 잡히던 기억, 또는 다 자란 아들이 턱춤을 추며 죽던 기억
, 또는 아무 때 어디서 어떠한 고운 옷을 입고 어떠한 맛나는 음식을 먹던 기억일 것이다. 아마 하루에 몇 번씩 담배
연기 속에 이러한 기억이 떠나오는 것을 볼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 기억이 떠나왔던지 모르거니와 노파는 형식을 보고
얼른 곁에 벗어 놓았던 땀 밴 적삼을 입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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