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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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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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의 말에 형식은 더욱 놀랐다. 과연 자기가 영채에게 대하여 무정하였던가. 과연 그때에 영채의 손을 잡으며 나도 지
금껏 자기를 그리워하던 말을 할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고 일어나 나가려 할 때에 그를 붙들고 그의 장래에 대한 결심을
물어 보아야 할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고 그 자리에서 내가 너를 거두겠다 하고 같이 영채의 집에 가서 그 어미와 의
논할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였더면 영채는 그 이튿날 청량리에도 아니 갔을 것이요, 그 변도 당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아니었던가. 또 청량리에서 같이 다방골로 오는 동안에도 내가 너를 거두마 할 것이 아니었던가. 다방골로 가지 말고 다
른 객점이나 내 집에 데리고 올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였더면 평양으로 갈 생각도 아니하고 물에 빠져 죽지도 아니할
것이 아니었던가. 옳다, 노파의 말과 같이 영채를 죽인 것은 내다. 영채가 내 집에 온 것은, '나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 만났구나' 하는 내 말을 들으려 함이다. 그러고 '이제부터 너는 내 아내다' 하는 말을 들으려 함이다
. 그런데 나는 그때에 무슨 생각을 하였나. 영채가 기생이나 아니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상류 가정에 거둠이 되어 여
학교에나 다녔으면 좋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 마음속으로는 선형이가 있는데 왜 영채가 뛰어나왔나,
영채가 기생이거나 뉘 첩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기도 하였다. 아아, 상류 가정은 무엇이며 기생은 무엇인고.
또 나는 왜 그 이튿날 아침에 일찍이 영채를 찾지 아니하였던고. 학교를 위해서? 교육가라는 명예를 위해서?
옳다, 영채를 죽인 것은 내다. 그러고 평양까지 따라 내려갔다가 영채의 시체도 찾아보지 아니하고 왔다. 칠성문 밖에서
도리어 기쁜 마음을 가지고 왔다. 밤새도록 차 속에서도 영채는 생각도 아니하고 왔다. 영채가 죽은 것이 도리어 무거
운 짐이 덜리는 것 같았다.
형식은 고개를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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