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Page 203 of 374
Author: 이광수
Time0:00
Speed (WPM)0.0
Accuracy100.0%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 Backspace is disabled — keep going even after a mistake.
형식의 귀에는 차의 가는 소리도 들리거니와 지구의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무한히 먼 공중에서 별과 별이 마주치는 소리
와 무한히 작은 에틸의 분자의 흐르는 소리도 듣는다. 메와 들에 풀과 나무가 밤 동안에 자라노라고 바삭바삭 하는 소리
와, 자기의 몸에 피 돌아가는 것과, 그 피를 받아 즐거워하는 세포들의 소곤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의 정신은 지금 천지가 창조되던 혼돈한 상태에 있고 또 천지가 노쇠하여서 없어지는 혼돈한 상태에 있다. 그는 하느님
이 장차 빛을 만들고 별을 만들고 하늘과 땅을 만들려고 고개를 기울이고, 이럴까 저럴까 생각하는 양을 본다. 그러고
하느님이 모든 결심을 다 하고 나서 팔을 걷고 천지에 만물을 만들기 시작하는 양을 본다. 하느님이 빛을 만들고 어두움
을 만들고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을 만들고 기뻐서 빙그레 웃는 양을 본다. 또 하느님이 흙을 파고 물을 길어다가 두
발로 잘 반죽하여 사람의 모양을 만들어 놓고 마지막에 그 사람의 코에다 김을 불어넣으매, 그 흙으로 만든 사람이 목숨
이 생기고 피가 돌고 소리를 내어 노래하는 양이 보인다. 그러고 처음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한 흙덩이다가 그것이 숨을
쉬고 소리를 하고 또 그 몸에 피가 돌게 되는 것을 보니 그것이 곧 자기인 듯하다. 이에 형식은 빙긋이 웃는다. 옳다
, 자기는 목숨 없는 흙덩이였었다. 자기는 숨도 쉬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 하던 흙덩어리였었다. 자
기는 자기의 주위에 있는 만물을 보지도 못하였었고 거기서 나는 소리를 듣지도 못하였었다. 설혹, 만물의 빛이 자기의
눈에 들어오고 소리가 자기의 귀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는 오직 에틸의 물결에 지나지 못하였었다. 자기는 그 빛과 그
소리에서 아무 기쁨이나 슬픔이나 아무 뜻도 찾아낼 줄을 몰랐었다. 지금까지 혹 자기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였다 하
더라도, 그는 마치 고무로 만든 인형(人形)의 배를 꼭 누르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과 같았었다. 그러므로 그
웃음과 울음은 결코 자기의 마음에서 스스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요, 전혀 타동적(他動的)이었었다.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Not sta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