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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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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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이 '순결하다' 하면 '순결하다'고도 할지요, '청정하다' 하면 '청정하다'고도 할지나, 그러나 이는 결코
'사람'은 아니요, 다만 장차 '사람'이 되려 하는 재료니, 마치 장차 조각물(彫刻物)이 되려 하는 대리석과 같다.
이 대리석에 정이 맞고 끌이 맞은 뒤에야 비로소 눈 있고 코 있는 조각물이 됨과 같이 선형 같은 자도 인생이란 불세례
를 받아 그 속에 있는 '사람'이 깨인 뒤에야 비로소 참사람이 될 것이라.
순애는 이와 달리 어려서부터 겪어 오는 자연한 단련에 얼마큼 속에 있는 '사람'이 깨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이불 속에서
돌아누운 것이요, 아직 깨인 것은 아니로다.
형식은 저 스스로 깨인 '사람'으로 자처하거니와 그 역시 아직 인생의 불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이라. 지금 이 방에 모
여앉은 세 사람, 청년 남녀가 장차 어떠한 길을 지내어 '사람'이 될는고. 이 세 사람의 가슴은 마치 장차 오려는 폭
풍을 기다리는 바다와 같다. 지금은 물결도 없고 거품도 없고 흐름도 없는 편편한 바다라. 이제 하늘로서 큰 바람이 내
려와 이 바다의 물을 온통 흔들어 거기 물결을 만들고 (거품을 만들고) 흐름을 만들지니, 그때야말로 비로소 참바다가
되리로다. 모르괘라. 그 바람이 무엇이며 그 바람을 보내는 자가 누구뇨. 지금 형식의 가슴에는 이 바람이 불어오려는
전조로 이상한 구름장이 하늘가에 배회한다.
형식은 김장로의 집에서 나왔다. 백운대 가로 이상한 구름장이 떠돌고 서늘한 바람이 후끈후끈하는 낯을 스쳐 지나간다.
형식은 시원하다 하였다. 아마 소나기가 지나가려는가 보다. 소나기가 지나가면 좀 서늘하여지리라 하였다. 그러고는 어서
소낙비가 왔으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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