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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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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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어머니'가 나오더니,
"에그, 형님께서 오셨네" 하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듯하다. 형식은 생각하였다. '저들도 사람이로다' 저의들 속에도
'참사람'이 있기는 있다. 사람의 붉은 피와 사람의 따뜻한 정이 있기는 있다 하였다. '어머니'는 얼른 형식에게 초
면 인사를 하고 노파의 곁에 앉으며,
"그런데, 월향이 잘 있소?"
"에그 저런, 나는 형님의 안부도 묻기를 잊었네" 하고 '두터운 듯'한 눈시울을 잠깐 움직이며 형식을 본다. 형식은
'잊은 것이 아니라, 잊은 것보다 더욱 정답다' 하였다.
노파는 새로이 눈물을 흘리면서 영채의 말을 하였다. 영채가 청량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강간을 당할 뻔한 일과, 그날 저
녁에 집에 돌아와 입술을 물어뜯고 울던 일과, 그 이튿날 아침에 자기가 자는 데 들어와서 평양에 갈 말을 하던 것과,
차를 탈 때에 자기에게 편지 한 장을 주었고 그 편지에는 이러이러한 말을 썼던 것과, 오늘 아침에 평양경찰서에 와서
물어 보던 일을 말하고 나중에,
"그런데 그 이형식이라는 이가 이 어른이구나" 하고 손으로 형식을 가리키며 '어머니'의 어깨에 쓰러져 운다. 어머니와
계향도 이야기를 들을 때에 고이기 시작한 눈물이 이야기가 끝나매 솰솰 흐르기 시작하며, 눈물로 잘 보이지 아니하는
눈으로 물끄러미 형식을 본다. 형식은 의외로 생각하였다. 형식의 생각에 계향은 몰라도 '어머니'는 영채의 말을 들으면
와락 성을 내며 '미친년! 죽기는 왜 죽어!' 할 줄로 생각하였었다. 그랬더니 영채의 죽었단 말을 듣고 슬피 우는
양을 보매 그 따뜻한 인정은 자기와 다름이 없다 하였다. 그러고 지금껏 기생이라면 자기와는 전혀 정신상태가 다른 한
짐승과 같은 하등 인종으로 알던 것이 부끄럽게 생각된다. 어머니는 한참이나 울더니 코를 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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