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Page 107 of 374
Author: 이광수
Time0:00
Speed (WPM)0.0
Accuracy100.0%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 Backspace is disabled — keep going even after a mistake.
이러한 생각을 하니 영채의 몸은 바로 그때에 그 학생들이 '천하 사람 꿈꾸는데 나만 깨어서, 하늘을 우러러 슬픈 노래
부르도다' 하는 노래를 부르던 학생들이 청류벽 위에 선 듯하다. 영채는 박명한 십구 년의 일생을 생각하였다. 더구나
형식을 대하였을 때에 말하던 과거의 기억이 바로 어저께 지난 일 모양으로 역력히 눈앞에 보이고, 그 모든 광경이 제
가끔 영채의 가슴을 찌르고 창자를 박박 긁는 듯하다. 사람으로 세상에 생겨나서 즐거운 재미란 하나도 보지 못하고 꽃다
운 청춘이 속절없이 대동강 무심한 물결 속에 스러질 것을 생각하니 원망스럽기도 하고 가이없고 원통하기도 하다. 십구
년 일생의 절반을 무정한 세상과 사람에게 부대끼고 희롱감이 되다가 매양에 그리고 바라던 이형식을 만나기는 만났으나 정
작 만나고 보니 이형식은 나를 건져 줄 것 같지도 아니하고...... 아아, 이것이 무슨 팔자인고 하고 그날 밤이 새
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캄캄한 방에서 혼자 울었다. 이 팔은 어찌하여 생각하던 사람을 안아 보지 못하고, 이 젖은
어찌하여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을 빨려 보지 못하는고, 가슴속에 가득 찬 정과 사랑을 생각하던 이에게 주어 보지 못하고
마는고. 내 몸은 일생에 '기생'이란 이름만 듣고, 어찌하여 '아내'라든가 '부인'이라든가 '어머니'라든가 '아주머
니'라든가 하는 정답고 거룩한 이름을 못 듣고 마는고. '기생!' '기생!' 에그 듣기 싫은 이름이도다. '기생!'이
라는 말만 하여도 치가 떨린다 하였다. 지금 황금을 가지고 자기의 몸을 사려는 사람이 사오 인이 된다고 한다. 지나간
칠 년 동안에 노래와 춤으로 수만 원 돈을 벌어 주어, 논밭도 사고 큰 집도 사고 비단 옷도 입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자유로 놓아 주어도 마땅하건마는 아직도 욕심을 다 채우지 못하여 천 원이니 이천 원이니 하고 이 몸을 팔아먹으려 한
다. 파는 놈도 파는 놈이어니와 사는 놈도 사는 놈이라. 지금까지는 이럭저럭 정절을 지켜 왔건마는 이제 몸이 뉘 첩으
로 팔린 뒤에야 정절이 다 무슨 정절이뇨.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Not sta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