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h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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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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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음악을 알아서 하려 함이 아니올시다. 다만 여러분 어른께서 동정을 줍시사 함이외다. 더구나 행리 중에 보표(
譜表)가 없으니 따로 외워 하는 것이라 잘못되는 것도 많을 것이올시다" 하고 고개를 기울여 바이올린 줄을 고른 뒤에
'아이다의 비곡(悲曲)'을 시작하였다. 일동은 잠잠하다. 끊(이)는 (듯 잇는) 듯한 네 줄의 슬픈 소리만 여러 사람
의 가슴속을 살살 울린다.
그 곡조는 이러한 경우에 가장 적당한 곡조였다. 그렇지 아니하여도 슬픔에 가슴이 눌렸던 일동은 그만 울고 싶도록 되고
말았다. 병욱의 손이 바이올린의 활을 따라 혹은 자주, 혹은 더디게 오르고 내릴 때마다 일동의 숨소리도 그것을 맞추
어서 끊었다 이었다 하는 듯하였다. 그 슬픈 곡조를 듣는 맛을 내가 길게 말하는 것보다 천고의 신인 강주사마(江州司馬
)의 비파행(琵琶行)을 생각하는 것이 제일 편할 것이다. 애원한 가는 소리가 영원히 끊기지 아니할 듯이 길게 울더니
병욱은 바이올린을 안고 고개를 숙였다. 아까보다 더한 박수성이 일어나고 한 곡조 더 하라는 소리가 일어난다. 병욱의
얼굴에는 복숭아꽃빛이 비치었다.
다음에는 영채가 병욱에게 배운 찬미가 '지난 일 생각하니 부끄럽도다'의 독창이 있었다. 병욱의 바이올린에 맞춰서 영채
는 얼굴에 표정(表情)을 하여 가며 부른다.
십여 년 연단한 목소리는 과연 자유자재하였다. 바이올린의 고상한 곡조를 들을 줄 모르던 사람들도 영채의 고운 목소리에
는 취하였다. "흐르는 두 줄 눈물 뿌릴 곳 없어" 할 때에는 일동의 눈에는 눈물이 돌았다. 시방 영채가 한문으로 짓
고 형식이가 번역한 다음에 노래를 셋이 합창하였다. 그것은 집을 잃고 비에 젖은 불쌍한 사람들을 두고 지은 것인데,
이 노래는 듣는 사람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 노래는 이러하다.
어린아기 보챕니다
젖 달라고 보챕니다
짜도 젖이 아니 나니
무엇 먹여 살리리까
봄에나 여름에나
애써 벌어 놓았던 걸
사정없는 붉은 물결
하룻밤에 쓸어 나가
비가 오고 바람 치고
날새조차 저뭅니다
늙은 부모 어린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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