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h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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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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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는 새로 쓴 글씨로, "이것이 이 몸이 평생에 지니고 있던 선생의 기념이로소이다" 하였다. 우선과 노파도 이
글을 보고 형식의 우는 뜻을 대강 짐작하였다. 그러고 우선은 그 종이를 형식의 손에서 당기어 한번 더 보았다. 노파도
우선과 함께 그 종이를 보았다. 형식은 다시 무릎 위에 있는 종이 뭉텅이를 풀었다. 그 속에서는 '황옥지환(黃玉指環
)' 한 짝과 조고마한 칼 하나가 나온다. 그 칼날이 번적할 때에 세 사람의 가슴은 뜨끔하였다. 노파는 속으로 '저것
이 이태 전에 김윤수의 아들 앞에서 뽑던 칼이로구나' 하였다. 형식은 그 칼을 집어 안과 밖을 보았다. 안 옆에 행서
로, '일편심(一片心)'이라고 새겼다. 형식과 우선도 대개는 그 칼의 뜻을 짐작하였다. 형식은 다시 그 지환을 집었다
. 노파는 "어째 한 짝만 있는고" 하였다. 형식은 그 지환에 아무것도 쓰지 아니하였음을 보고 지환을 쌌던 종이를 집
었다. 그 종이에는 잘게 쓴 글씨로,
"이것은 평양 기생 계월화의 지환이로소이다. 계월화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으시려거든 아무러한 평양 사람에게나 물으소서.
월화가 이 몸에게 이 지환을 준 뜻은 썩어진 세상에 물들지 말라는 뜻이로소이다. 이 몸은 이제 힘껏 이 지환이 가르
치는 바를 행하였나이다. 장차 이 지환을 대동강에서 원혼이 된 월화에게 돌려보내려니와 이 한 짝을 선생께 드림이 또한
무슨 뜻이 있는가 하나이다."
하고 아까 편지의 모양으로 연월일시 죄인 박영채 읍혈백배라 하였더라.
세 사람은 말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제가끔 제 생각을 하였다. 한참이나 이러하다가 노파가 숨이 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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